의료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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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의 척추 수술 - 강성식 병원장
2020.03.09
타이거 우즈의 척추 수술
건강 만세365병원 척추센터 | 정형외과 전문의 | 강성식
미국 시카고에서 연수하던 시절, PGA 골프선수인 타이거 우즈가 텍사스에 있는 척추전문병원에서 허리에 유합술(문제가 있는 허리뼈를 나사못을 이용해 한 덩어리로 굳히는 수술)을 받았다는 기사를 접했다. 미국 의사들도 한국 의사들 못지않게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아침 컨퍼런스에서 타이거 우즈의 허리 부상 및 수술 이력에 대해 토론하는 기회를 가졌다.
타이거 우즈는 허리 디스크로 이전에 세 번의 디스크 제거술을 받았고, 다시 증상이 재발하여 네 번째로 허리에 유합술을 받았다. 유합술을 받은 이후 더 이상 골프를 치기가 힘들 거라는 의견도 있었고, 허리와 다리 통증이 줄어들어 예전보다 비거리도 늘어나고 성공적으로 재기할 거란 예측도 있었다. 타이거 우즈는 수술 후 정확히 1년 5개월 뒤인 2018년 9월, PGA투어 FEDEX컵에서 보란 듯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필자는 스포츠로 인한 척추 부상에 관심이 생겨 이 분야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미국 LA의 마리나스파 인센터(Marina Spine Center)에 연수를 가게 되었다.
척추 전문가인 왓킨슨 박사(Robert Watkins, M.D)는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NFL, NBA, NHL의 수많은 선수들을 일일이 체크하며 수술이 불필요한 환자는 밸런스를 맞추고, 근력을 강화하여 통증도 줄이고, 추후 부상을 방지하는 체계적인 재활프로그램을 처방해왔다. 그런데 의외로 상당히 많은 선수들에게 허리수술을 권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유인즉, 너무 아파서 재활치료조차 어려운 환자에게 무작정 근력강화운동을 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통증이 아주 심한 선수는 빨리 수술을 받게 하여 통증부터 잡은 다음 체계적인 재활 치료를 하게 한다는 것이다. 다음 시즌에 바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허리수술 을 받으면 선수생활이 끝났다고 생각하여 수술을 포기하는 우리나라 운동선수들의 상황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의료 기술이 발전하여 척추질환의 90%이상은 비수술적 요법으로 치료되고 있지만, 마비나 배뇨장애, 지 속적인 위약감을 동반한 경우는 반드시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수술로 인한 득과 실에 대해 설명해드리면 많은 환자들이 “허리에는 칼을 대면 안 된다더라.”, “특히 나사 박는 수술을 하 면 나중에 허리를 못 구부린다더라.”는 등 사실과는 다른 선입견으로 수술을 꺼리나 거부하기도 한다. 특히 현직 운동선수이거나 스포츠를 매우 좋아하는 경우라면, 수술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사실 수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수술을 받더라도 절제부위가 최대한 작은 최소 침습 수술을 선호한다. 수술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은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수술보다 신경 성형술과 같은 비급여 시술이 대세이고, 전신마취 보다는 국소마취를 통한 수술법이나 내시경, 레이저 를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이 유행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신문광고에 새롭거나 혁신적인 척추 수술법이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소개되고 있다.
신경 성형술은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제로 신경을 성형하는 것이 아니고, 카테터(catheter)를 이용하여 신경 주위의 유착을 좀 풀어주어 신경 주변에 약물이 잘 흐르도록 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전신마취보다 국소마취를 당연히 선호 하겠지만, 환자가 충분한 진정되지 않아 수술 도중 움직이게 되면 수술 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거나 신경이나 혈관 손상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한때는 디스크에 파파야나무에서 추출한 ‘카이모 파파인’이란 물질을 주입했던 치료와 디스크에 오존을 주입하는 치료가 성행했으나 지금은 가격대비 효과도 낮고 부작용도 많이 보고되어 퇴출되다시피 하였다. 척추 수술은 마비의 위험성이 커서 안전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새로운 수술법인 다빈치 로봇 수술에 대한 집단 소송도 꽤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 나온 다빈치 로봇 수술이 기존의 수술보다 더 좋은 점이 없음에도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다빈치 수술을 선택 하도록 강요 받았다거나, 다빈치 로봇 수술로 인해 부작용을 겪은 사람들이 BadRobotSurgery.com을 통해 집단 소송을 하고 있다.
*카테터(catheter) : 의료용 소재를 이용, 압출 성형하여 만든 얇은 관으로 의학 분야에서 다양한 기능으로 쓰이고 있다. 카테터는 병을 다루거나 수술을 할 때 인체에 삽입하는 의료용 기구이다. 재료나 만드는 방식에 따라 심혈관, 비뇨기과, 위장, 신경 혈관, 안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하다.
“학문은 최대한 자유롭게 하되, 수술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라.”는 말이 있다. 의학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학문이다. 새롭게 도입된 수술법은 장기 추시 결과가 없어서 꽤 염려스럽다. 휴대폰이나 자동차 같은 제품 제조과정의 실수라면 대대적인 사과와 리콜 조치로 마무리 되겠지만, 인체의 경우 부작용이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을 뿐더러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세상에 ‘최대 침습 수술’이라는 단어는 없다. 외과의사라면 누구나 절개부위를 1cm라도 줄이려 할 것이고, 가능한 무수혈 상태에서 수술하도록 무한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 침습’이라는 틀에 갇혀 모든 환자를 뭉뚱그려 대하다 보면 수술시야가 좁아 제대로 된 수술을 못 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게 된다. 수술 부위의 절개를 조금 하느냐, 많이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수술법이 환자에게 최상의 결과를 가져다줄지를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Decision is more important than Incision.). 의사마다 치료의견이 제 각각이라면, 또 다른 의사를 찾아가서 자문을 구해야 한다. 자문을 구해도 혼란스럽다면, 오랜 기간 철저히 검증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선생님 부모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이다. 필자의 경우는 이렇게 답해드린다. “실제로 제 아버지는 협착증으로 진단되었는데, 최소 침습이 아닌 오랜 기간 검증되고 안정된 방법으로 충분히 시야를 확보하여 진행하는 허리 수술을 받으셨고, 어머니는 척추압박골절로 진단되어 3회 의 보조기 치료를 하셨고, 1회는 척추에 시멘트를 넣는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실제로 내 어머니 경우에는 골절이 생겼어도 세 번은 참을 만하여 수술을 하지 않았는데, 한번은 도저히 통증 조절이 안 되어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했다.
수술이 무조건 해로운 것은 아니다.
수술은 비수술적 방법으로 도저히 치료되지 않을 때,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수단임을 강조하고 싶다.
다시 타이거 우즈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타이거 우즈는 허리 수술 후 체계적이고 고강도의 재활치료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수술만이 능사가 아니란 이야기다. 미국은 물리치료나 재활치료에 대한 적정수가와 충 분한 보상이 이루어져 근력강화와 자세교정 그리고 재발방지에 주력한다. 반면, 한국은 급여가 되는 물리치료나 재활치료의 수가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있어 대부분의 병원이 이를 등한시하는 실정이라 매우 슬프다.
단순 휴식, 약물치료, 견인치료, 수액치료, 교정치료, 도수치료, 코어근력 강화, 프롤로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 무지개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의 치료방법이 존재한다. 척추질환은 90% 이상이 가벼운 스트레칭, 물리치료 나 소염 진통제로 좋아질 수 있다. 척추 치료의 종류가 고가의 최소 침습 수술이나 비급여 시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자.